한국 산악 도전의 역사를 말할 때 故 고미영 선수를 빼놓을 수 없다. 2004년에 창단한 코오롱스포츠 챌린지팀의 창단 멤버인 고미영은 국내 여성
산악인 최초로 8,000m급 봉우리 연속 3개 등정에 성공하는 기록을 세웠다. 전문 산악인이 되기 이전에 고미영은 클라이머로 활약했다. 공무원이던 그를 클라이머로 이끈 건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산이었다. 야유회로 간 가평 명지산의 아름다움을 매료돼 전국의 산을 누비기 시작했고, 북한산의 만경대로 향하는 험한 길을 오르다 암벽을 타는 사람들의
모습에 마음을 사로잡혔다. 그리고 1991년 코오롱등산학교를 통해 스포츠클라이밍(암벽등반)에 입문한 이후 1995년부터 2003년까지 전국스포츠클라이밍대회에서 9연속 우승,
1997~2003년 아시안컵 스포츠클라이밍대회에서 6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국내 여성 스포츠클라이밍의 일인자로 입지를 다졌다. 스포츠클라이밍에서 그의 존재는 독보적이었으며,
그때까지 스포츠클라이밍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의 클라이밍을 세계에 알렸다. 최고의 자리에 수차례 올랐지만 그의 도전은 암벽등반에서 멈추지 않았다. 산악인이라는 또 다른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이다. 암벽등반이 단거리달리기라면 고산 등반은 마라톤에 비유할 만큼 두 종목은 결이 완전히 다르다. 또 암벽등반은 혼자 하는 경기지만 고산 등반은 여럿이 팀을
이루는 경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2005년 파키스탄의 드리피카산(6,047m) 등정을 계기로 2006년부터 히말라야 8,000m급
고봉 14좌 완등을 목표로 고산 등반에 나섰다. 도전을 계속 이어가며 3년간 히말라야 8,000m급 고봉 11개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이 외에도 아시아의 에베레스트산을
포함해 2008년 남아메리카의 아콩카과산(6,959m)과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산(5,895m)을 등정하며 3대륙 최고봉 정상에 올랐다. 고미영은 일기에 이런 말을 남겼다.
“실패는 고통스럽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지 못했음을 깨닫는 것은 몇 배 더 고통스럽다. 실패를 웃음으로 넘겨버릴 줄 아는 여유가 인생에서는 중요한 것이다.” 하늘 가까이에
있는 수많은 산봉우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도전을 꿈꾸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인내해온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늘 하늘과 가까운 곳으로 향하던
고미영의 마지막 도전은 2009년 낭가파르바트산에서 멈췄다. ‘킬러 마운틴’이라고 불릴 만큼 수많은 산악인이 등반 도중 목숨을 잃은 곳이다. 그만큼 등정 난도가 높다.
베이스캠프를 지나 낭가파르바트에 오른 그는 대원들과 무사히 등정에 성공한다. 하지만 하산 과정에서 협곡 사이로 추락하며 유명을 달리했다. “산이 마치 엄마의 품속 같으며
그곳에 안겨 있으면 떠나고 싶지 않고 계속 머물고 싶다”라고 말하던 그는 그렇게 산에서 영원히 잠들었다. 고미영은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한국 산악 발전에 기여하고
세계에 한국 산악인의 위상을 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사후에 정부로부터 체육훈장 맹호장을 수여받았다.
비록 14좌 완등의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챌린지팀 멤버로서
고미영의 도전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한 코오롱스포츠는 존경과 추모의 마음을 담아 2010년부터 매년 고미영컵 전국 청소년 스포츠클라이밍대회를 후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진행 경비와 더불어 선수복, 스태프복, 경품 등 진행 물품을 협찬하며 클라이머 양성에 힘쓰고 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스포츠클라이밍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발 빠른 행보인 셈이다. 이제 고미영컵 전국 청소년 스포츠클라이밍대회는 청소년 스포츠클라이밍 유망주 발굴의 산실이 되었고,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인
서채현, 이도현 선수 등이 이 대회를 통해 성장했다. 2023년 열린 제14회 고미영컵 전국 청소년 스포츠클라이밍대회를 기준으로 14년간 약 2,500명의 청소년 선수들이
참여하며 높은 기량을 보여줬다. 이루지 못한 14좌 완등의 꿈은 클라이머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도전 의지를 심어주었고, 산을 향한 고미영의 뜨거운 마음은 미래의 클라이머와
산악인들에게 새로운 꿈으로 이어지고 있다.
When discussing the history of Korean mountain challenges, one cannot omit the
late Go Mi-young. A founding member of the Kolon Sport Challenge Team established in 2004, Go
Mi-young set a record as the first Korean female mountaineer to successfully summit three
consecutive 8,000m peaks. Before becoming a professional mountaineer, she was active as a
climber. The beautiful mountains of Korea led her, a former public servant, to become a climber.
She began exploring mountains nationwide, captivated by the beauty of Myeongji Mountain in
Gapyeong. While climbing the challenging path to Mangyeongdae in Bukhansan, she was mesmerized
by rock climbers. Through the Kolon Alpine School in 1991, she entered the world of sport
climbing and dominated the National Sport Climbing Championship with nine consecutive wins from
1995 to 2003. She also won the Asian Cup Sport Climbing Championship six times consecutively
from 1997 to 2003, solidifying her position as the top female sport climber in Korea. Her
presence in sport climbing was unparalleled, and she introduced Korean climbing to the
world.
Her challenges didn't stop at rock climbing; she began dreaming of becoming a
mountaineer. If rock climbing is a sprint, then mountain climbing is a marathon – the two are
entirely different. While rock climbing is an individual sport, mountain climbing is a team
effort. Nevertheless, she embarked on a new challenge. After summiting Driphika Mountain
(6,047m) in Pakistan in 2005, she aimed to summit all 14 of the Himalayan 8,000m peaks starting
in 2006. Over three years, she successfully climbed 11 of these peaks. She also summited the
highest peaks of three continents: Everest in Asia, Aconcagua (6,959m) in South America, and
Kilimanjaro (5,895m) in Africa. In her diary, she wrote, ""Failure is painful. But realizing you
didn't do your best is even more painful. In life, it's important to be able to laugh off
failures."" Her ability to reach so many mountain peaks was due to her dream of challenging
herself, her efforts to achieve it, and her enduring perseverance.
Her final challenge
was Nanga Parbat in 2009, a mountain so deadly it's called the ‘Killer Mountain.’ Many
mountaineers have lost their lives attempting its ascent. After successfully summiting, she
tragically fell into a ravine during the descent. She once said, ""Mountains feel like a
mother's embrace, and once nestled in them, you don't want to leave."" She now rests eternally
in the mountains. In recognition of her contributions to Korean mountaineering and elevating the
status of Korean mountaineers globally, she was posthumously awarded the Sports Order of Merit,
Maengho Medal, by the government.
Although she couldn't achieve her dream of summiting
all 14 peaks, Kolon Sport, which had accompanied Go Mi-young's challenges closely as a member of
the Challenge Team, has been sponsoring the annual Go Mi-young Cup National Youth Sport Climbing
Championship since 2010. They support the event by providing expenses, athlete uniforms, staff
uniforms, prizes, and other necessary items, contributing to the nurturing of climbers.
Considering that sport climbing was adopted as an official Olympic sport in the 2020 Tokyo
Olympics, this is a significant move. The Go Mi-young Cup has become a breeding ground for
promising youth in sport climbing, with national representatives like Seo Chae-hyun and Lee
Do-hyun growing through this competition. Based on the 14th Go Mi-young Cup National Youth Sport
Climbing Championship held in 2023, about 2,500 young athletes have participated over 14 years,
showcasing their skills. The unfulfilled dream of summiting all 14 peaks has inspired young
climbers, and Go Mi-young's passion for the mountains continues to inspire future climbers and
mountaineer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