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스포츠 챌린지팀의 일원이자 앰버서더 중 한 명인 산악인 김재수는 8,000m급 14봉 정상을 모두 밟았다. 8,000m의 봉우리에서는 부족한
산소와 영하 60℃의 기온, 시속 200km가 넘는 강풍 때문에 생명체가 살 수 없다. 오로지 눈과 얼음, 바위만이 버티는 곳이다. 14좌 완등을 이룬 한국의 산악인으로는
엄홍길과 박영석, 한왕용, 그리고 김재수 등 여러 산악인이 있다.
하지만 수치로 남은 기록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은 완등을 한 이유가 지금은 고인이 된 산악인 고미영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사실이다. 14좌 완등의 마지막은
안나푸르나였지만, 이후 이미 1993년에 한 차례 오른 초오유 재등정까지 마치며 고미영과 한 약속을 지켰다. 2007년 5월, 고미영과 함께 처음으로 에베레스트에 오른 지
4년 5개월 만의 일이었다.
고미영의 등반 파트너가 되기 이전부터 김재수는 1990년 에베레스트 등정을 시작으로 끊임없이 고산에 올랐다. 등산을 처음 접한 것은 누나 때문이었다. 누나와 처음 간 동네의
야트막한 산에서 바라본 운해에 마음을 사로잡혔고, 산에서는 이런 풍광을 자주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이후 종종 친구들과 산에 올라 캠핑을 했다. 그는 당시를 이렇게
추억한다. “텐트라는 매력적인 장비와 무질서하게 차려진 밥상이 좋았다. 나는 떠돌이 신세가 되었다. 친구들을 설득하기 시작했고 파트너를 구했다.” 1990년대부터 고산
등반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빠른 속도로 등반 경험을 쌓았다. 1996년에는 엄홍길과 함께 남미 최고봉인 아콩카과(6,959m)를 최단시간에 오르내리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사업체를 운영하느라 장기간의 원정은 피하고 비교적 짧은 기간에 다녀올 수 있는 등반을 계속했다. 그러다 경남 지역 후배들에게 등반 기회를 주기 위해 에베레스트
원정대를 꾸렸고, 이 소식을 들은 많은 산악인이 팀에 합류하고 싶다고 연락해왔다. 이때 고미영도 함께 오르고 싶다는 의견을 전했고, 그렇게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이후 둘은 등반 파트너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10개봉을 함께 등정했다.
에베레스트에 오른 후 고미영은 14좌 등정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김재수에게 매니저가 되어 함께 등반해줄 것을 제안했다. 그는 스스로 고산을 등반하기에는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지만,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지 두 달 만에 브로드피크 정상에 오르며 고미영의 강인하고 뚜렷한 목표 의식에 설득되어 매니저를 맡았다. 그 뒤로 고산 10개봉을 오르는
동안 숱한 위기를 겪었다. 다울라기리에 오를 때는 이들과 함께하던 셰르파가 중도에 포기하고 산을 먼저 내려가는 바람에 현장에 고미영과 둘만 남기도 했다. 그러자 김재수는
로프로 자신과 고미영을 묶은 후 자신이 앞서 하산했다. 보통은 5명 이상의 등반 대원을 로프로 연결하지만, 셰르파의 중도 포기로 단둘이 로프에 묶인 채 서로를 의지해
내려와야 했다. 둘 중 한 사람이 추락하면 함께 죽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는 위험천만한 도전이었다. 큰 위기 앞에서 죽더라도 옆에서 같이 죽어주겠다는 말로 응원하며
무사히 캠프까지 내려왔다. 두 사람은 다음 날 다시 정상에 도전했고, 14좌 중 열 번째로 오른 다울라기리 등반에 성공했다. 그다음으로 도전한 곳이 세계 9위 봉인
낭가파르바트다. 무사히 정상에 올라 등정에 성공했지만, 하산 과정에서 날씨가 급격히 나빠지며 문제가 생겼다. 그리고 캠프 복귀를 눈앞에 두고 고미영이 실족하며 1,500m
협곡 아래로 추락했다. 악화된 기상 상황에도 이대로 홀로 두고 올 수 없다는 의지로 코오롱스포츠의 구조 지원을 받아 며칠 동안 헬기로 수색한 끝에 고미영 주검을 찾았다.
김재수와 대원들은 낙석이 떨어지고 눈사태가 감지되는 위험 상황에서도 고미영의 시신을 수습해 13시간 동안 팀원들이 번갈아 안고 절벽을 내려왔다. 그로부터 두 달 후 김재수는
고미영에게 고산 14좌 완등을 선물하겠노라며 다시 등반대장으로 나섰고, 그의 사진을 왼팔 소매에 넣은 채 등반을 시작했다. 당시 오른 안나푸르나는 눈사태로 중도에
포기했지만, 2010년 또 다른 8,000급의 고산인 가셔브룸 1봉과 2봉 정상에 오르며 그곳에 고미영의 사진을 묻었다. 고산을 오르는 이유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김재수가
고산 14좌 완등을 목표로 한 이유는 설산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한 동료의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는 것이었다.
A member of the Kolon Sport Challenge Team and one of its ambassadors,
mountaineer Kim Jaesu has scaled all 14 peaks above 8,000 meters. At these 8,000-meter summits,
life is virtually unsustainable due to scarce oxygen, temperatures plummeting to minus 60℃, and
violent winds exceeding 200km/h. Only snow, ice, and rocks persist. Among the Korean
mountaineers who have accomplished the 14 peaks are Um Hong-gil, Park Young-seok, Han Wang-yong,
and Kim Jae-su.
However, more meaningful than the recorded achievements is the fact that the final ascent was to
honor a promise to the late mountaineer Go Mi-young. Although the last of the 14 peaks was
Annapurna, he subsequently re-ascended Cho Oyu – a mountain he had already climbed in 1993 – to
fulfill his vow to Go Mi-young. This took place 4 years and 5 months after their initial Everest
ascent in May 2007.
Even before becoming Go Mi-young's climbing partner, Kim Jaesu had been ceaselessly ascending
high mountains since his first Everest climb in 1990. His introduction to mountaineering was due
to his sister. Captivated by the cloud sea viewed from a rugged neighborhood mountain, he often
camped there with friends, expecting more such scenic beauty. He fondly recalls, “I was drawn to
the fascinating equipment of tents and the disorderly spread of food. I became a wanderer,
persuading friends and finding partners.” From the 1990s, he started serious high-altitude
climbing and rapidly accumulated experience. In 1996, he set a record by ascending South
America's highest peak, Aconcagua (6,959m), in record time with Um Hong-gil. However, managing a
business, he preferred short expeditions. Forming an Everest expedition for young mountaineers
from Gyeongsangnam-do, many climbers wanted to join, including Go Mi-young. This was the start
of their bond, and from 2007 to 2009, they scaled ten peaks together.
After their Everest ascent, Go Mi-young proposed that Kim Jaesu manage her endeavors to conquer
the 14 peaks. Although he felt he was getting too old for high-altitude climbing, two months
after their Everest ascent, they reached Broad Peak's summit. Throughout their journey, they
faced numerous crises. For instance, during the Dhaulagiri ascent, a Sherpa abandoned the climb,
leaving only Kim and Go. Kim then tied them together with a rope, leading the descent.
Typically, a team of five is tied together, but their situation necessitated reliance on each
other. It was a perilous challenge; if one fell, both would perish. But they encouraged each
other, safely reaching the camp and successfully ascending Dhaulagiri the next day. Their next
challenge was Nanga Parbat, the world's ninth highest peak. They reached the summit but faced
worsening weather during the descent. Tragically, Go Mi-young slipped, plummeting 1,500 meters.
Despite perilous conditions, with support from Kolon Sport, a days-long helicopter search found
her remains. Kim and the team braved rockfalls and avalanches to retrieve her, carrying her down
the cliffs for 13 hours. Two months later, Kim, with Go Mi-young's photo in his jacket sleeve,
again embarked on climbing, vowing to gift her the completion of all 14 peaks. Although an
avalanche thwarted his Annapurna ascent, in 2010, he climbed Gasherbrum I and II, burying her
photo there. Everyone has their reasons for climbing. For Kim Jaesu, the motivation behind
completing the 14 peaks was to realize the unfulfilled dreams of a colleague with whom he shared
life-and-death experiences in the snowy mountains.
